[백기그래] 눈썹달 07
  w. volant / 볼란트 








   #07. 장그래 - 겁이 났다. 손. 이어폰. 




 

 

  “헉.. 헉.....”

  교문까지 달려와서야 뛰던 걸음을 멈춰 무릎에 손을 얹고 숨을 고른다. 갑작스런 뜀박질에 머리가 핑핑 도는 것 같았다. 장백기가 내 뒤를 쫒아올 일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차마 겁이 나서 뒤도 돌아볼 수 없었다.

 

  “이거 놔 줘...”

  “아.. 미안.”

 

  장백기 손에서 놓였다 싶은 순간 그대로 달렸다. 미친 거야. 단단히 미친 거지. 달리는 머릿속에는 그 말 외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턱까지 닿는 거친 숨을 고르는데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라는 걸 알았어. 어떻게 안 거지? 저번에 시계를 주워서 건넬 때는 분명 몰랐는데. 잘 못 들은 게 아니야. 분명 나를 잡았고, 내 눈을 들여다봤고, 그리고 내 이름을 불렀어. 정확히. 그런데 왜 난 도망을 친 거지.. 생각이 여기까지 닿았을 때 내 앞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정수의 책가방이 눈에 들어온다. 아.. 모르겠다. 다시 스탠드로 돌아갈 용기는 없었다. 이렇게나 가벼운 걸 봐서 이대로 들고 가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내일 그 녀석에게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뒤늦게 밀려오는 난감함에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었다. 장그래. 그래, 장그래. 생각, 생각을 좀 해보자.

 

 

  툭툭. 걷는 발걸음에 맞춰 생각이 튀어나온다. ‘겁이 났다.’ 아마도 이게 가장 정확한 말일 듯 했다. 자신의 마음을 적절한 단어로 대체하자 바로 뒤이어 물음이 떠올랐다. 뭐가? 장백기가 내가 누군지 아는 것. 그게 왜? 나여서 실망할까봐. 그렇구나. 나는. 깨닫게 되는 순간, 터덜터덜 힘없이 걷던 걸음이 저절로 멈춘다. 갑자기 멈춰 선 나를 지나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바라보며 지나쳐갔다. 장백기가 내가 장그래인 걸 알고 나서 내가 그 기대에 못 미쳐서 장백기가 실망할까봐. 겁이 나는 거구나, 지금.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자신의 못난 마음을 인지하자 곧바로 제지할 새도 없이 눈에 눈물이 한 가득 고여 방울방울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 앞에 잘 나서진 않았어도 스스로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떨어진다고는 느껴본 적이 없었고 자신에게 들려오는 주변의 평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제나 나 자신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다고 생각해도 그 사실을 결코 걱정하거나 두려워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기다렸는데. 네가 날 알아봐주길. 내가 누구인지 알고, 내 이름을 불러주길. 그 공터에서 플라타너스 나무에 입 맞추는 너를 본 뒤로 항상 나는 이 순간을 기다렸는데. 그렇게 기다리던 순간에 이런 마음이 든다는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또 속상했다. 그렇게 마구 떨어지는 눈물을 제대로 훔치지도 못한 채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여기구나...”

 

  발길이 멈춘 곳은 익숙한 공터 입구였다. 플라타너스 옆 벤치에 앉아 눈을 꼭 감았다. 앞으로 맨 정수의 가방을 떨리는 손으로 꾹 눌러 쥐었다. 눈물이 자꾸만 정수의 가방과 손 위로 떨어졌다. 그만하자. 자기연민도 이 정도면 지나쳐. 그만하자. 제발 멈춰. 속으로 하는 다짐만으로는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결국 작게 소리 내어 자신에게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만.. 그만... 장그래... 이러지 말자. 제발.”

 

  그 때 갑작스레 바지춤에 넣어둔 핸드폰이 진동했다. 히끅 대며 확인한 액정에는 ‘내 얼굴을 아는 장백기'가 떠있었다. 잠시 핸드폰을 들고 지켜본다. 마치 내가 그러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핸드폰은 좀처럼 끊길 줄을 몰랐다. 우리가 통화를 시작한 후로 한 번도 그의 전화를 받지 않은 적이 없었다. 거의 정해진 시간에 조심스럽게 전화를 하는 백기가 사랑스러워 늘 그 시간을 기다렸다가 안 그런 척 받고는 했다. 그러고 보니 백기가 오늘 같은 시간에 전화를 걸어온 것도 처음이었다.

  영영 끊이지 않을 것처럼 끈질기게 진동하던 전화기가 끝내 멈췄다. 그와 동시에 잠시 멈췄던 눈물이 다시 펑펑 쏟아져 나왔다. 그러자 곧 다시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액정에 뜬 내가 저장한 그 문구가, 받아. 장그래. 로 보이기 시작한다. 받아야해. 아무리 겁이 나도 나는. 너에 대해 망설이고 싶지 않던 나니까.

 

 

  “...장그래.”

  “... ... ”

  “아까 미안. 놀랬죠?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 목소리를 듣고 멈춰지지가 않았어. 그렇게 갑자기 나서긴 싫었는데. 미안...”

 

  “... ...”

  “있잖아요.. 생각해봤어. 너는.. 나를 직접 만나고 싶지는 않은 게 아닐까. 그냥.. 이렇게 서로 이 정도의 거리에서 나를 보는 게 좋아서. 더 다가와 나에게 닿는 건 부담스러워 하는 게 아닐까.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과 그럴지도 모른다는 짐작이 나를 괴롭혔어요.”

 

   “그런데 나는 아니었거든. 오늘 그렇게 널 보니까. 더 확실해졌어. 장그래, 난.. 오늘 너 봐서 정말 좋았어. 그래서... 너에게 가 닿는 걸 도저히 포기할 수 없어. 미안...”

 

   우는 게 들킬까봐, 나는 전화를 받지 않은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속삭이듯 작게 이야기 하는 장백기의 목소리에는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물기가 배어 있다. 너에게 닿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나는. 나는, 장백기.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은 모조리 다 눈물로 새어 나오는 것 같아 한 마디도 뗄 수가 없었다.

 

 



  “그래야... 너가 그렇게 자꾸 울면.. 내가 그만하자고 말하고 싶어지잖아요.”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설마... 귀를 의심했던 전화기에서 들리는 장백기의 말이 멈춘 사이 벤치에 앉아 있는 내 등 뒤로 조심스러운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곧 조심스럽고 따뜻한 무언가가 내 머리위에 얹어졌다.

  

  “그러니까. 제발.. 그만 울어. 장그래. 오늘 이렇게 많이 울려서 미안. 왜 자꾸 우는지, 내일은 이야기 해줘요. 나는...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너 볼 거고. 그리고 그 때마다 너 잡을 거야. 그러니까. 제발. 그래야... 내일은 아까처럼 웃는 얼굴 보여줘.”

 

  내 머리 위에 얹혔던 손은 그 주인이 할 말을 끝내자 내 머리카락을 가볍게 헝클어트리곤 아까 다가왔던 발자국 소리와 함께 다시 멀어졌다. 멍하니 한참을 앉아있다 눈을 끔벅여 아직까지 고여 있던 눈물을 떨구어 냈다. 너에게 가 닿을 거야. 장백기의 손이 닿은 머리끝부터 시작된 뭔가 따뜻한 기운이 온 몸으로 퍼져가는 기이한 감각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너에게 가 닿는 것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거야. 장백기의 말이 다시 따뜻해진 심장을 아프게 얽어왔다. 그리고 나는 이 관계를 결코 내 손으로 끝낼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 장그래. 내 가방 갖고 튀었다가 잘 모셔온 건 그렇다 치자. 영문도 모르고 가방 도둑맞아놓고 등교하다 학주 한테 딱 걸려서 책가방도 없이 학교 온다고 넋 빠진 새끼라고 아침부터 욕들은 건 그렇다 치자고. 근데 왜 손잡이 부분에 이렇게 허옇게 가루가 꼈는지 설명 좀 해줄래? 이 새끼야? 뭐 여기다 소금이라도 뿌린거야?”

 

  “미안. 물티슈로 닦아봤는데 잘 안 지워져서.. 그냥 빨아 버리려다 그럼 안 마를 것 같아서 그냥 가져왔어. 주말에 줘. 빨아다 줄게.”

 

  “야 됐거든. 뭐야 근데, 어제는. 장백기도 얼빠져서 표정 장난 아니던데. 그러고 보니 그 녀석 그런 표정인 거 처음 본 것 같아. 뭐 그래서 그냥 장그래한테 뭐 돈이라도 떼먹혔냐고 농담 했는데 바로 그 사나운 표정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결국 깨갱했지만...”

 

  “휴... 차라리 그런 거였음 좋겠다... 암튼 가방은 미안.

 

  “아, 맞다. 오늘 1교시에 강당에서 전체 특강이래. 갑자기 계획에도 없던 진로 체험? 뭐 우리학교 출신 국회의원 온다던데. 꼭 그런 사람들은 1교시부터 오고 지랄이야.. 장그래, 우리 늦게 가서 맨 뒤에 앉자. 적당히 노가리나 까게.”

 

 

 

 

 

  정수와 함께 꽤 늦게 들어섰는데도 강당은 아직 웅성웅성했다. 혈기왕성한 고 1들을 아침부터 이 좁은 곳에 몰아놓고 국회의원의 일장 연설이라니. 선거철이 다가오긴 했나보군. 반 줄의 맨 뒤편에 정수랑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도저히 이름난 동문의 유망한 국회의원의 잘나신 출세 이야기를 얌전히 들어줄 맘이 생기지 않아 단단히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귀 닫고 생각이나 해야지.

 

  “이정수, 잠깐 자리 좀 바꾸자.”

  “뭐? 아... 장그래 땜에? 그러지 뭐.”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감고 있던 눈을 뜨자 방금 전까지 정수가 있던 옆 자리에 털썩 앉는 장백기가 보였다. 몰랐는데, 이 녀석에겐 사람 놀래키는 재주가 있었다. 갑작스런 등장에 나는 정신이 아득해져가는 것 같은에 그렇게 옆에 앉은 장백기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도 말없이 앞을 쳐다보고 있다가 내 옆에 앉은 게 진짜 장백기가 맞나 하고 시선을 굴렸다. 장백기가 맞다. 정자세로 앞을 향하고 있는 저 얼굴은 얼핏 단단해보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나 어디 안가니까 그만 보고 앞에 보시죠.”


  나를 보지 않고 툭 내뱉은 말에 그만 픽 웃음이 나왔다. 그와 동시에 앞을 보고 있던 백기가 고개를 틀어 나를 봤다.

 

  “흠. 드디어 웃어주네, 장그래.”


  아.. 웃으니까 부드러운 분위기가 진해지는구나. 계속 홀린 듯이 보고 있자 백기가 자신의 한쪽 무릎위에 손바닥을 펼쳐 내려놨다.

 

  “자.”

 

  무슨 뜻인지 읽을 수 없어 의아하게 바라봤다. 장백기는 고개를 으쓱 하더니 다시 가볍게 자신의 손바닥을 무릎에 내려놨다.

 

 “어서.”

 

 

  잡으라는 뜻이구나. 괜히 머쓱해져 주위를 둘러봤다. 앞에선 잘난 국회의원이 자기자랑의 클라이맥스를 달리느라 격양된 목소리를 내고 있었고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은 한껏 자신들의 각자의 관심사에 빠져 있었으므로 툭 튀어나온 줄 끝에 앉은 우리까지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쭈뼛쭈뼛 손을 내밀자 장백기가 덥석 손깍지를 껴서 자신의 쪽으로 잡아 당겼다. 부끄럽고 창피해서 얼굴이 다 달아올랐지만 그렇게 잡혀진 따뜻한 손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 강연 내내 우리는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잡힌 손만으로도 백 마디가 넘는 말을 주고받은 것 같았다. 때때로 장백기는 내 손을 꽉 쥐어오기도 했고 엄지손가락으로 손등을 살살 쓸기도 했다. 다 안다는 것처럼 부드럽게 잡아오는 그 손이 주는 온기와 무게가 너무 좋아 나는 부디 저 국회의원의 그 동안의 인생에 자랑할 일이 더욱 더 많았으면 했다.

  

  그런 내 바람을 비웃듯, 자랑할 게 아주 많아 보이던 그 국회의원은 생각보다 빨리 그 강연을 끝냈다. 지루하기 짝이 없던 강연이 끝나는 것을 반기는 듯한 박수소리가 쏟아지는 가운데 나는 장백기의 손을 언제쯤 놓아야 하나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슬금슬금 빼려는 내 기색을 눈치 챘는지 백기가 다시금 손을 꽉 잡아오며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 자연스레 그 쪽으로 몸이 기울자 백기는 나만 들릴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내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 밤 9시. 공터에서 보자. 장그래.”

  하지만 사방의 시끄러운 박수 소리에 시간을 듣지 못한 나는 그만 손을 놓고 일어나려는 백기의 교복 셔츠 자락을 황급히 잡아끌었다. 반쯤 일어서던 장백기가 의아한 얼굴로 그런 나를 내려다봤다.

 

  “몇 시?? 나 잘 못 들었어, 장백기.”

 

  장백기는 그렇게 잠시 나를 보고 있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어제 오후 공터에서처럼 내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9시. 용감한 페르세우스가 구해준 안드로메다가 밤하늘 가운데에 오는 시간. 그러니까. 용감한 장그래. 도망가지 말고 꼭 와요. 나 보러.”

 

 

 

 

 

 

 

  “여덟 시 반.”

 

  공터에 도착하자마자 핸드폰 시간을 확인한다. 아직 장백기는 도착하지 않았다. 결국 먼저 와서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이제 지금 내가 도망가지 않고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말할 수 있을까. 편지와 전화와는 달리 앞에서 웃고 말하고 실재하는 장백기는 아직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아 말 한마디도 제대로 전할 수가 없었다. 언제쯤 익숙해질까. 그 얼굴이.

 

  아직 약속한 때까지 시간이 남아 천정에 가까운 안드로메다를 찾아보려 벤치에 누웠다. 아... 찾았다. 안드로메다. 

  아름다운 안드로메다. 아름다움을 함부로 자랑한 죄로 바닷가 바위에 결박되어 있던 공주님. 처연한 모습도 너무 아름다워서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아니었다면 대리석 조각인 줄 알고 지나칠 정도였다지. 더듬더듬 바지춤을 더듬어 핸드폰을 꺼내어 이어폰을 끼고 음악 어플을 찾아 실행시켰다. 한 곡을 찾아 리핏을 걸고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좋아하는 목소리가 까만 밤을 채우며 퍼져나갔다. 초겨울의 날씨가 좀 추운 듯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금 이 순간이 좋아 저절로 눈이 감겼다. 잠들면 안 되는데.. 장백기가 오기로 했는데...

 

  

  “뭐야.. 나는 용감한 장그래가 오길 바라고 있었는데 잠든 공주님이라니. 뭐, 이 쪽도 대리석처럼 예뻐서 나쁘지 않지만.”

  아. 장백기 목소리다. 음악소리 때문에 목소리가 잘 들리진 않았지만 목소리 덕분에 장백기가 왔다는 걸 정신은 인식했는데 문제는 도저히 눈이 무거워 떠지지가 않았다. 눈 못 뜨겠어...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에 저절로 인상이 써지려는 찰나 툭 귀 한 쪽에서 이어폰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줄어든 음악소리 대신 곧 익숙하고 낮은 목소리가 귀를 채워왔다. 한 쪽 이어폰에서 지금 반복해서 흘러나오고 있는 노래. 믿을 수 없게도 장백기는 지금 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나만 들으라는 듯 작고 작은 목소리.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곡의 예쁜 노랫말들이 장백기의 목소리로 변해서 내 귓가에 뚝뚝 떨어졌다. 그 작은 소리도 놓치고 싶지 않아 귀에 있는 솜털들이 다 일어나는 것 같았다.  나는 지금 꼭 거짓말처럼 아주 좋은 꿈을 꾸고 있는가봐. 그렇게 잠시 후 노래가 끝나자 한 쪽 귀에 남아있던 이어폰이 마저 빠져나갔다.

 

 

 

  “눈 떠봐요. 장그래.”




 

  허전해진 귓가로 장백기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내려앉자 도저히 떠지지 않을 것 같던 무거운 눈동자가 반짝 떠졌다. 그리고는 벤치 등받이에 턱을 괴고 조용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장백기와 정확히 눈이 마주쳤다.

  

  정각 밤 9시. 하늘 가운데엔 아름다운 안드로메다 별자리가 빛나고 있고 벤치에 떨어진 이어폰에서 이소라의 별이 흘러나오는 초겨울 밤. 

  그 밤이 장백기와 나의 정식 첫 데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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